오페라듣기

모차르트 오페라 듣기 — <마술피리> 서곡과 제1막

영암스님 2011. 3. 19. 12:19

모차르트 오페라 듣기 — <마술피리> 서곡과 제1막


서곡

Overtüre
 

Nr.1 도입부 “사람 살려! 사람 살려!”

“Zu Hilfe! Zu Hilfe!” – “Wo bin ich”

삼림이 울창한 산악지대에서 사냥 중이던 타미노가 뱀의 공격을 받는다. 그의 화살은 모두 떨어져 괴물에 대항할 수가 없다. «마술피리»는 괴물에 쫓기는 한 인간의 절박한 위기의 순간에 첫 장을 연다. 위기의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면 마침내 외침이 들려온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타미노는 기절하고, 너울을 쓴 세 시녀가 은빛 창을 들고 등장한다. “죽어랏, 괴물! 우리 힘으로!” 세 시녀는 창으로 괴물을 찌른다: “이겼다! 이겼다!”

쓰러진 타미노는 아름답다. 세 시녀는 그를 보고 반한다: “내가 사랑을 위해 마음을 바친다면 그것은 바로 이 젊은이이리.” 그러나 그들은 여왕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 한다, 여왕의 예전 평화를 되찾아줄 수 있는 남자를 발견했노라고. 이제, 아름다운 타미노를 곁에서 지켜보려는 욕망과 여왕에게 소식을 전해야 하는 임무를 두고 세 시녀가 다툼을 벌인다. 서로 타미노 곁에 머물겠다고 나서다가 결국 세 시녀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타미노를 두고 떠난다. 타미노는 깨어나고 뱀은 죽어 있다. “높은 권세가 나를 구했던가?” 멀리서 판 피리(Faun-Flötchen) 소리가 들리고, 깃털 투성이의 새잡이가 다가온다.
 

Nr.2 아리아 “나는야 새잡이”

“Der Vogelfänger bin ich ja ” – “He da! . . . Was da!”

“나는야 새잡이, 언제나 즐거워, 앗싸, 으쌰쌰!” 그는 새잡이이지만 정작 잡고 싶은 것은 소녀이다. 아리아는 새잡이의 정체를 밝혀준다. 소녀와 입을 맞추고 결혼하여 같이 살고 싶은 새잡이. 타미노는 새잡이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내가 누구냐고? . . . 너와 같은 사람이다.”(새잡이) 이제 새잡이는 역으로 타미노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나의 아버지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다스리는 군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왕자라 한다.”(타미노)

타미노는 이 지역을 다스리는 분이 누구냐고 묻는다. 새잡이는 그런 추상적인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세상에 났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 다만 그는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나의 초가”가 근처에 있다는 것만을 알 따름이다. 그리고 “별빛 쏟아지는 여왕과 시녀들”을 위해 새를 잡아주는 대신 일용할 양식을 받아먹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별빛 쏟아지는 여왕”의 이야기가 새잡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타미노는 놀란다.

“별빛 쏟아지는 여왕? 행여 그분이 밤의 여왕이라도 된다면! 여보게 친구, 자네가 정말 밤의 여신을 뵈옵는 복을 누린 것인가?” 새잡이는 “뵈었느냐고? 별빛 쏟아지는 여왕을 뵈었느냐고? 어느 인간이 그분을 뵈옵는 영광을 누릴 수 있겠는가?” 반문한다.


마술피리 첫번째 공연에서 파파게노를 맡은 쉬카네더. 이 그림은 마술피리 대본(원본)에 실려 있다.

타미노가 깃털 투성이의 새잡이가 과연 사람일까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자 새잡이는 단호하게 새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거인의 힘이 있다고 허풍을 떤다. 그리하여 뱀까지 자신의 손으로 목졸라 죽였다고 말한다. 이 순간 세 시녀가 나타나 “파파게노”를 부른다. 거짓말의 순간과 함께 새잡이는 파파게노로 드러나고, 세 시녀들은 평소에 파파게노에게 주던 포도주·빵·무화과 대신 물·돌·자물쇠를 준다. 거짓말을 한 파파게노의 입은 자물쇠로 채워진다. 시녀들은 자신들이 파미노를 구했음을 알려주고는 “위대한 여군주”가 보낸, 딸의 초상을 보여준다: “이 자태가 진정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행복과 명예와 영광은 당신의 몫이오! — 안녕히!”
 

Nr.3 아리아 “이 초상은 현혹할 정도로 아름다워”

“Dies Bildnis ist berzaubernd schön” – “Rüste dich mit Mut und Standhaftigkeit”

타미노는 여인의 초상에 깊이 빠져든다: “신들과 같은 이 모습이 내 마음을 격동으로 새로 채우고 있음이 느껴지노니, 이 뭔가를 이루 말할 수 없구나. 그러나 여기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것은 느껴지네. 이 느낌이 사랑인가? 그래, 오직 이것만이 사랑!”

타미노가 초상에 빠져들고, 격동하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확신하고, “황홀한 가운데 그녀를 뜨거운 이 가슴에 안으리라, 그리고 그녀는 영원히 나의 것이 되기를!” 하고 절실히 희망한다. 타미노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의 여왕과 세 시녀가 지켜본다. 사라졌던 세 시녀가 다시 나타나, 타미노가 바로 “나의 딸 파미나를 구할 만한 용기와 담력을 지닌 젊은이”라는 밤의 여왕의 전갈을 전한다. 초상의 여인은 “파미나”이다. 그런데 “자라스트로라는 이름의 악한 악마”가 그녀를 납치했단다. 타미노는 당장에 자라스트로의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그는 파미노를 향하여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그때 천둥이 울리고 밤의 여왕이 등장한다.
 

Nr.4 서창과 아리아 “오, 떨지 말라, 사랑하는 아들아!”

“O zittre nicht mein lieber Sohn!” – “Ist´s denn Wirklichkeit was ich sah?”

밤의 여왕은 위세와 달리 “악한”한테 딸을 빼앗겨 고통에 빠진, “슬픔에 잠긴 어머니”로 등장한다. 그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이는 타미노처럼 “순전하고 지혜롭고 경건한” 젊은이이다. 어머니는 딸이 납치당한 절박한 순간을 상기시키며 그것을 막지 못한 허약한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타미노, “너, 너, 너는 딸을 구할 것”이며, 그러면 “딸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슬픔의 너울을 쓰고 존재를 드러낸 밤의 여왕.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은 깊은 슬픔의 너울을 쓰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뒤 “너, 너, 너”, 타미노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 것이다. 그리고는 시녀들과 함께 사라진다. 이것이 꿈인가 현실인가, 타미노는 파파게노에게 묻는다. 그러나 그의 입은 자물쇠로 채워져 있다: “음 음 음 . . .”

 

Nr.5 오중창 “음 음 음 . . .”

“Hm Hm Hm” – “Wir haben die geflohene Pamina wieder erwischt!”

파파게노는 자물쇠 때문에 타미노의 말벗이 되지 못한다. 그때 시녀들이 나타나 자물쇠를 풀어주고 수다는 떨어도 되지만 거짓말은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타미노에게 황금피리를 준다: “이것은 우리의 여군주께서 당신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이 마술피리가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 . . 당신은 이것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정열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슬픈 자가 기뻐하게 되고, 독신주의자가 사랑을 얻게 됩니다.” 그 피리는 “황금이나 왕관보다 귀하다”.

파파게노는 심상찮은 자리를 서둘러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세 시녀는 파파게노가 왕자와 함께 자라스트로의 성으로 가야 하며 왕자의 시종이 되어야 한다고 명한다. 파파게노는 무슨 빌어먹을 왕자냐며, 목숨이 중요한 만큼 자라스트로의 성에는 한사코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자 파파게노에게 종소리가 울리는 철금鐵琴을 준다. “나도 이것을 칠 수 있나요?” 파파게노는 금세 신기해 한다.

“은종과 마술피리는 당신들을/우리들을 지켜주는 데 필요하다.”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자, 시녀들은 성으로 가는 길을 안내할 “어리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세 소년을 소개한다. 이제 그들은 서로 작별인사를 나눈다: “그러면 잘 있어요, 우리는 가렵니다, 잘 있어요, 잘 있어요, 안녕히!”
 

Nr.6 삼중창 “어여쁜 그대, 어서 오오!”

“Du feines Täubchen nur herein!” – “Bin ich nicht ein Narr”

모노스타토스는 파미나를 감시 중이다. 그는 파미나를 향하여 욕망과 사랑과 증오가 뒤범벅된 감정을 보낸다. 그는 “어여쁜 그대, 어서 오오!” 하는 아름다운 언어를 가지고 상대를 겁탈하듯 집요하게 파고들고, 파미나는 “오 이 무슨 고문, 무슨 괴로움이란 말인가!” 하고 절망한다. “나의 증오가 너를 파멸시킬 것”이라는 모노스타토스의 말에, 파미나는 “오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며 쓰러진다.

그 순간에 파파게노가 나타나 어리둥절 성 안을 살핀다. 그의 눈에는 “아름다운 소녀들, 젊고 청순한, 백색가루보다 훨씬 하얀 소녀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가 딱 마주친 것이 바로 시커먼 모노스타토스이다. “후우! 이건 분명 마귀다!” 모노스타토스와 새잡이는 서로 놀라고 서로 마귀라고 말하고 서로 먼저랄 것도 없이 도망한다.

파미나와 상면한 파파게노는 타미노와 함께 파미나를 구하러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그분은 [당신의 초상을 본] 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나를 사랑한다고요? 그렇다면, 그런데 왜 그분은 오지 않으셨죠?”—“안전 때문입니다. 왕자님은 저를 먼저 보내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리도록 하셨습니다.”

위험한 길에 들어선 파파게노에게 당신의 연인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그녀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되면 어찌하느냐고 걱정하자,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여자는커녕 소녀도 없어요.”—“기다리세요, 하늘이 무심치 않을테니.”
 

Nr.7 이중창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Bei Männern welche Liebe fühlen” – “Komm Tamino!”

파미나와 파파게노, 이 두 사람은 각자의 사랑을 기다리며 이중창을 부른다: “우리는 사랑을 두고 기뻐하고 싶소, 우리는 오직 사랑 때문에 살아가오 . . . 사랑의 드높은 목적은 남자와 여자보다 더 고귀한 것이 없음을 분명히 알려주네. 남자와 여자가, 여자와 남자가 신성함에 다다르네.”
 

Nr.8 피날레

“Zum Ziele führt dich diese Bahn”

“이 길이 목적지로 통합니다.” 세 소년이 타미노를 목적지에 이르는 길로 안내한다. 타미노는 불안한 상황을 타파하려고 “내가 파미나를 구할 수 있는가?” 묻는다. 소년들은 그것을 알려줄 수 없다고 하고, “굳세게, 묵묵히, 인내하면서” 나아갈 것을 충고한다: “한 명의 남자가 되세요, 그러면, 당신은 남자답게 승리하리니.”

타미노는 “이 아이들의 지혜의 가르침이 내 가슴에 영원히 새겨지기를” 바라며, 마침내 자라스트로의 성에 도착한다. “이곳이 신들의 거처인가? 성문과 기둥은 지혜·노동·예술이 이곳에 있음을 알려주도다.” 그는 용기를 내어 신전의 오른쪽 문으로 들어선다.

그때 신전 안에서 “물러서라!”는 소리가 들린다. 왼쪽 문으로 들어서려 하자 마찬가지로 “물러서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멈칫하여 주위를 둘러보고는 마지막 문, 즉 가운데 문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사제의 대표가 묻는다: “어디로 가려는가? 대담한 이방인여, 이 성역에서 무엇을 찾는가?”—“사랑과 덕에 속하는 것입니다.”—“그 말들은 고귀한 의미를 띤 것이지만 그것들을 어찌 찾으려는가? 그대를 이끄는 것은 사랑과 덕이 아니네, 그대는 죽음과 복수에 불타고 있네.” 사제를 대표하는 자가 타미노와 장중한 논쟁을 벌이면서 타미노의 관념을 흔든다. 타미노의 관념은 증명할 길 없는 해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많은 관념이 물거품처럼 사라질지라도 더불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다름아닌 파미나의 존재! 타미노는 파미나가 살아 있느냐고 묻는다: “혹시 이미 그녀를 제물로 삼았는가?”—“신실한 젊은이, 현재로선 나는 그것을 말해 줄 재량이 없네.”—“이 수수께끼를 말해 주시오, 나를 속이지 말고!” 해석들은 덧없고 존재는 어둠에 싸여 있다.

타미노가 심중에 품고 있는 의문은 모두 수수께끼로 남는다. 소년들도, 대표사제도 그 수수께끼를 풀어주지 못한다. 그는 점점 미궁 속으로,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이 어둠이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우애의 손길이 영원한 결속을 위하여 그대를 성역 안으로 인도하자마자 곧 [어둠이 사라질 것이다].” 이 말과 함께 대표사제는 사라진다.

가슴이 타오르는 만큼 수수께끼는 더욱 깊이 감춰지고, 논쟁마저 사라지니 타미노는 이제 완벽한 어둠에 빠진다: “아, 영원한 밤이여! 너는 언제 사라지려는가? 나의 눈은 언제 빛을 보게 될 것인까?” 영원한 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외로운 물음만이 배회한다. 그때 들리는 희미한 소리: “곧, 곧 [빛을 보게 되네], 젊은이, 그렇지 않으면 결코 안 되오!”—“곧, 곧이라고? 말해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안된다고? 당신들 보이지 않는 분들이여, 말해 주시오, 파미나는 과연 살아 있나요?” 타미노는 완벽한 어둠 속에서 멀리 안개처럼 차오르는 소리를 의지하여 필생의 질문을 던진다. 어둠 속의 목소리들이 말한다: “파 미 나, 파 미 나, 살아 있소!”


타미노가 파미나가 살아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 영원한 어둠 속에 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에서

파미나가 살아 있다! 바로 이것이 타미노에게 빛이요 계시이다. 그의 가슴이 열린다. 그는 솟아나는 음악을 누를 길 없어 피리를 꺼낸다: “오, 전능하신 분들이여, 당신들의 영광을 기리며, 이 [피리]소리로 저의 감사를 묘사할 수 있다면 좋겠나이다, 여기, 여기 [가슴]에서 솟아난 감사를 말입니다!”
 

“Wie stark ist nicht dein Zauberton”

타미노는 가슴에서 솟아나는 태초의 기운으로 피리를 분다. “너의 마술적인 소리는 얼마나 강한가, 사랑스런 피리야, 너의 연주에 사나운 짐승들도 즐거워하는구나. 그러나 파미나, 파미나만 떨어져 있구나! 파미나! 파미나! 들어주오, 들어주오 나의 소리를! ” 타미노의 가슴에서 터져나온 피리소리는 파미나를 향한다. 그 소리는 모든 존재를 어루만지면서, 실현되지 못한 사랑을 향하여 흐른다. 이것은 오르페우스의 음악이다. 그러자 마치 신들이 감응하듯 어디선가 파파게노의 피리소리가 들린다. “하아, 저것은 파파게노의 소리! 아마도 파미나를 이미 보았겠지, 아마도 그녀가 그와 함께 내게로 서둘러 오고 있겠지! 아마도 소리를 따라가면 저들을 만나게 되겠지.”
 

“Schnelle Füße rascher Mut”

빠른 걸음, 민첩한 용기로 적의 계략과 분노에서 벗어나자.” 다른 한편, 파파게노와 파미나는 모노스타토스가 감시하던 곳에서 서둘러 빠져나가며, 타미노와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파미나는 애절한 그리움으로 “사랑스런 젊은이여!” 하고 부른다. 파파게노는 얼른 파미나의 입을 다물게 하고는 판 피리를 분다. 그러자 어디선가 타미노가 자신의 피리소리로 답한다. 그들은 피리소리로 서로를 알아본다. 이제 서두르기만 하면 된다: “어서 빨리! 어서 빨리!”(파미나, 파파게노)—“어서 빨리! 어서 빨리!”(모노스타토스)

모노스타토스는 두 사람을 희롱하듯 그들의 말을 흉내내며 뜨악하니 나타나 길을 가로막는다: “하, 내가 너희를 붙잡은 것이지?” 그는 새잡이에게 속은 것에 분통을 터트리며 노예들더러 끈과 줄을 가져오라 명한다. 위기의 순간, 파파게노는 철금을 꺼낸다: “종소리 울려라, 울려라, 저들의 귀가 노래하도록.” 청아한 종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자 모노스타토스와 노예들은 존재의 변화를 일으켜 춤추며 노래한다. “라랄라 라 라 라랄라 . . . 라랄라 라 라 라랄라”, 그들은 노래하며 춤추며 고요히 사라진다.

청아한 종소리에 존재들이 변하고 적들이 사라지니 “최상의 조화”만이 남는다. 결국은 “우애의 조화”만이 근심을 덜어주는 법, “이 [조화에서 비롯한] 공감이 없다면 지상에 행복은 없어라.”(파미나, 파파게노) 아 행복한 순간, 그러나 신전 안에서 “자라스트로 만세! 자라스트로 만세!” 하는 함성이 들려온다. “이 무슨 소리인가? 부들부들 떨리는구나.”(파파게노) 자라스트로, 진정한 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파미나는 “진실, 설령 죄를 지었을지라도 진실을” 말하기로 한다. 자라스트로, 진실을 듣는 현자가 나타난 것이다.
 

“Es lebe Sarastro Sarastro soll leben!”

“자라스트로 만세! 자라스트로 만세!” 합창이 장엄하게 울린다, “언제나 현자의 삶을 누리소서, 그분은 모두가 섬기는 신성한 분이시니.” 파미나는 웅자한 자라스트로 앞에 무릎을 꿇고 여린 목소리로 고백한다: “주여, 저는 죄를 범했나이다. 저는 당신의 권세로부터 벗어나려 했나이다. 그러나 책임은 제게만 있지 않아요: 악한 무어인이 사랑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오 주여, 제가 당신에게서 도망쳤나이다.” 자라스트로는 그 마음을 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을 네게 강요하지는 않겠으나 자유를 주지는 못하겠다”고 말한다.

자라스트로와 파미나는 밤의 여왕을 두고 의견을 달리한다. “자식의 도리가 있사오니, 저의 어머님은 . . .”, 파미나는 말을 잇고자 하나 자라스트로가 그 말을 끊고 말한다: “. . . 내 권세에 놓여 있다. 내가 너를 그녀의 수중에 맡기기라도 한다면 너는 행복을 잃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 “어머님의 이름은 제게는 사랑스럽습니다. 그분은, 그분은 . . .”(파미나) “. . . 그런데 오만한 여자이다. 한 명의 남자가 너희의 마음을 이끌어야 한다. 한 남자가 없다면 모든 여자는 활동영역을 벗어나기 마련이다.”(자라스트로) 그들에게 주어는 동일하나 술어는 다르다. 파미나가 어머니에 대해 진술하려 했던 술어는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밤의 여왕은 드러나고 파미나의 어머니는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그때, 모노스타토스가 타미노를 붙잡아 자라스트로 앞으로 데리고 온다. 타미노와 파미나는 곤경에 빠진 상태에서 서로를 발견한다. “그분이군요, 그분이군요, 믿을 수가 없어요.”(파미나), “그분이군요, 그분이군요, 이것은 꿈이 아니야!”(타미노)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언정, 내 팔로 저분을 안으리라!”(파미나, 타미노)

“이 무슨 일인가!” 모두가 놀라고, 모노스타토스는 두 사람을 떼어놓는다. 그리고 그는 자라스트로의 발 앞에 부복하고는, 무뢰한 놈이 파미나를 탈취하려 했으나 자신의 철저한 감시로 발각되었노라고 보고한다. 그러나 자라스트로는 모노스타토스가 기대한 바과는 달리 상이 아니라 체벌형을 내린다. “신성한 현자”, 자라스트로는 사태에 걸맞는 상벌을 내린다. 그리고 그는 두 사람을 시련의 신전에 들여보낸다: “두 이방인을 우리의 시련의 신전에 들여보내라. 저들의 머리를 덮은 다음, 먼저 정화가 되도록 하라.”

자라스트로는 타미노·파미나·모노스타토스의 관념, 어찌보면 그들 각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신념을 뒤흔드는 존재이다. 사랑과 덕에 속하는 것도, 아름다운 마음씨도, 철저한 충성도, 모두 자라스토로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 그렇다고 하여 자라스토로의 발언이 다른 이들이 가진 성실한 관념들보다 더 숭고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빛을 잃은 관념들 뒤에 빛을 잃지 않는 관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어느 한 관념의 승리를 갈구하는 이들은 역시 «마술피리»의 서사구조에 아쉬움을 표할 것이다. 그러나 모차르트에게는 오직 음악의 승리만이 중요하다. 음악이 승리하면, 사랑과 증오와 싸움과 복수는 거대한 농담, 한 편의 동화가 된다.

자라스트로의 진정한 얼굴은 제1막 마지막 명령에서 드러난다. 그 명령에는 “이방인, 어둠, 시련, 그리고 정화”라는 종교적 입문과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합창단은 그의 유장한 명령을 기다려 폭풍우처럼 “위대한 자들”과 “신들처럼”을 노래한다: “덕과 정의가 위대한 자들의 길을 영예로 장식한다면, 지상이 하늘나라가 되고 명멸하는 인간이 신들처럼 되리라.”

위대한 자가 위대한 자로 영예롭게 드러나면, 지상은 그 지상 그대로 하늘나라가 되고 명멸하는 인간은 그 인간 그대로 신들처럼 된다. 그렇다면 누가 위대한 자들인가? 다름아닌 어둠과 시련을 거쳐 정화되는 자들이다. 자라스트로는 그 위대한 자를 위대한 자의 길로 안내하는 현자일 뿐이다.

[음원은 페렌츠 프리차이 지휘의 <마술피리>입니다.]